#15 소호, 스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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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호 도착!
갑자기 길거리 한복판에 철조망이 있고 그래피티가 가득한 농구장에서 학생들이 농구를 하고 있었다. 철조망을 넘어 농구공이 나갔지만 어른들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차를 비켜주고 클락션도 울리지 않았다. 유독 좋은 날씨 때문인지, 처음 겪는 광경이라 그런 건지 한 장면 한 장면마다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2. 어딜 가나 도로 쪽에 조그만 가게와 야외 테라스가 있다.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인데 싶더라니 멋진 가게와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신사동을 떠올리게 한다. 요즘 말고 옛날 신사동! 다른게 있다면 건물들이 예전 양식 그대로인데 요즘 문화가 자연스레 섞인게 참 멋스러웠다는 거.
3. 생각지도 못했던 스투시.
좋아하는 브랜드라 보고 엄청 신나 버렸다. 루이비통같은 명품만 파는 동네인 줄 알았는데 아니구나. 앞으로는 꼼꼼히 검색해야지. 스투시 안엔 키도 덩치도 큰 외국인들이 하나같이 멋있게 입고 일하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스투시 할인받겠지? 부러워.. 키 큰 것도 부러워..
아니 여튼, 온라인으로만 구매하다 난생처음 접한 스투시는 멋짐 그 자체였다. 옷은 물론이거니와 다양한 굿즈들이 있었는데 흔한 머그컵부터 당구공, 향수까지 뭐하나 갖고 싶지 않은게 없었다. 향수는 인센스 향이 나서 꼭 사고 싶었는데 한국에 자랑할 노루가 없어서 그냥 안 샀다. 살걸.
4. makeda라는 곳은
우연히 들어간 쇼룸 겸 카페이다. 너무 더워서 옷 벗을 겸 목 축일 겸 왔는데 스투시 다음코스로(ㅋㅋ) 이곳 추천! 다들 쇼룸인 줄 알고 안 들어와서 사람도 별고 없고 테이블 간격도 넓다. 우리도 바깥 테라스에서 음료를 마시는 사람을 보고 들어올 수 있었다. 로즈티와 라벤더커피가 상상외로 맛있으니 한번 드셔보시길..
5. 소호는 재밌지만..
딱히 살 게 없었다. 스투시 이후로 a.p.c등 좋아하는 브랜드들을 돌아다녀봤지만 이거다 싶은 물건은 없었고 조금 마음에 든다 싶으면 미국 가격으로 매력적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앞서 말했던 예전 건물 양식이 생각보다 너무 멋스러워서 사진만 찍으러 오기에도, 카페만 즐기러 오기에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길거리의 사람들을 구경하는건 덤.
6. 마지막 일정은 유니언스퀘어 마켓.
혜화 마르쉐 마켓처럼 직접 기르고 만든 것들을 파는 대규모 플리마켓이다. 노루의 스케줄 중 거의 유일하게 가고 싶다고 어필한게 유니언스퀘어 마켓이었지만, 아주 후회했다.
며칠 새 짐이 늘어나 군장 같은 가방을 메고 다니니 너무 지친다. 어깨가 부서질 것 같다. 호텔을 떠나올 때는 일정 끝나는게 아쉬웠는데 이걸 메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걷고 이동하려니 죽을 맛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마켓은 코로나 때문에 파는 물건도, 규모도 축소되어 아쉬웠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7. 러쉬.
맞다. 이 근처에 러쉬가 있다. 일타이피를 하러 왔다. 뉴욕에서 거의 마지막 남은 러쉬. 직원들은 한국처럼 외향적인 사람들이 아니었고 대로변임에도 오고 가는 사람이 적었다. 구경하기엔 편했지만 가짓수도 적고 가격도 한국에서 영국제품을 직구하는게 더 저렴해서 사지 않았다. 사실 가방 안에 더 이상 넣을 곳도 없다.
아! 사람이 없는 이유가 생각났다. 첼시마켓에서 편집샵을 간 적이 있는데, 러쉬보다 더욱 독특하고 다양한 향이 취향을 저격했다. 좋은 제품이 넘쳐나서 굳이 러쉬를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중 한 제품은 마음 자체를 흔들었는데, 일 년 뒤 한국에 런칭했다. 이름은 멜린엔게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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