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 미국 한달살이

#19 메뉴가 매일 다른 하루

노이noy 2023. 4. 7. 14:03

3/28 ~ 3/31

 

 

3/28

감기몸살에 걸려 헤롱헤롱 했던 날. 평소엔 너무 달아 잘 안 먹는 투시롤 초코바를 절반이 넘게 먹고, 자고 일어나 기력이 조금 생겼을 때 관자 닭다리 백숙을 해 먹었다. 아플 땐 역시 뜨끈하고 맑은 국물이지. 야무지게 닭죽까지 해 먹으니 정신을 좀 차릴 수 있었다. 저녁엔 에그마요를 만들어 노릇하게 구운 브리오슈 번 사이에 잔뜩 넣어 먹었는데.. 왜 이렇게 잘 먹은 기록이지 아픈 날이었던 거 맞아..?

 

3/29

소고기 해물 토마토스튜를 가볍게 해 먹고(넣고 냅다 끓이기만 하면 된다) 또 도서관을 갔다. 카페보단 조용하고 일반 도서관보다 활기찬 이 분위기가 너무 좋다.

그리고 운동복 주문한게 왔대서 픽업하러 갔다. 한국처럼 문 앞에 놔주세요를 못하니 좀 불편하다. 그래도 맨날 티와 바지만 입고 운동하던 것보다 편하게 운동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불편함보다 기대감이 더 크다! 왜 이제야 주문했는지..

새 운동복을 입고 나가기 전 표고와 노루와 함께 칠리 소고기 스테이크를 해 먹으려는데.. 어째서 우리 셋이 모이면 늘 실수하는 걸까? 조리 순서를 잘못해서 칠리소스를 얹은 스테이크가 아니라 칠리 수육이 되어버렸다 ㅠㅠ 굴소스 야채볶음밥과 매쉬 포테이토도 했는데 두 가지가 나름 괜찮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애들은 또 고기도 맛있다고 위로해 주는데 너무 민망하고 고맙고.

운동 다녀와서는 매쉬포테이토 남은 걸로 샌드위치를 해 먹고, 웹툰을 보다 잠들었다. 좋은 하루. 아차. 새 운동복 너무 좋다! 운동할 땐 역시 레깅스!

 

3/30

야채 카레에 소고기 고명을 얹어 먹었는데 한국 카레 같은 그 맛이 안나 아쉬웠다. 이 날도 도서관, 운동, 집을 전전했다. 조금 달랐던 건 친구들 선물을 사러 CVS에 갔다는 거! 또 뭐 살게 없나 둘러보는데 없어서 절망적이었다. 다 한국에도 있고 가격 메리트도 크지 않아서.. 어쩔 수 없지 뭐..

온 김에 바로 옆에 있는 알디에서 대충 장을 봐서 굴소스 파스타도 해 먹었다. 계란 하나 톡 올려가지고.. 애호박 전도 하고 싶었는데 오이를 사버려서 못했다. 상추사서 국 끓였던 날이 생각났다. 너 왜 애호박처럼 생긴 거니. 나는 왜 검색도 안 해본 거니.

 

3/31

늘어지게 늦잠을 잔 뒤 카페에서 퍽퍽한.. 소스 하나도 없이 너무 건강한 터키 샌드위치를 실수로 사 먹고 아이스모카로 입가심을 했다. 그전에 주문하면서 영수증을 달라했는데 내 R 발음이 안 좋아서 ㅠㅠ 계속 못 알아들으시길래 그냥 괜찮다고 했는데, 그걸 지켜보던 다른 알바생이 나를 도와주고 싶었는지 어떤 동양인을 내게 보냈다.

뜬금없이 Are you Chinese를 외치는 동양인.. 매우 화가 났지만 No I’m Korean 하니 어 저도 한국인이에요! 해서 당황했다.ㅋㅋ 알고 보니 같은 아시아계 사람이니까 도와줘라는 말을 듣고 내게 왔는데 너무 화가 나서(같은 인종이 아닐 수 있는데, 비슷한 생김새라고 그러는 건 인종 차별에 가깝다고 함) 빨리 해결하려 국적부터 물었다고 한다. 차이니즈는 그냥 아시아계 중에 중국인이 가장 많아서 물은 것. 이해한다고 하니 통성명을 하다.. 알고 보니 노루와 표고와 아는 사이라는 것? 그래서 갑자기 홈파티에도 초대받았다.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가 한 명 생겼다. 이름은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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