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조금씩 한국 갈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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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뭐 먹지 하다 사골곰탕을 끓여 먹었다. 한국 갈 준비랄까..
2. 또 일찍 나가서 잔디밭에 한참 있었다. 얼굴에 스치는 봄바람이 너무 기분 좋은데 한국 가면 다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 얼른 의무 해제 됐으면..
3. 이 날씨 이 분위기에 누군가는 일어나서 춤출 줄 알았는데 다들 행복한 마시멜로같이 녹아있었다. 한국에서도 날씨 좋으면 돗자리 필요 없이 아무데나 누워있고 싶다.
4. 커피 사고 도서관! 잔머리펌 시술도 후다닥 예약했다. 기대된다.
5. 뭔가 하루종일 나른해서 녹초나 다름없었지만 또 친구들 선물 사러 마트에 갔다. 정말 살 게 없어서 큰일이라 투시롤 바라도 사려고.. 그런데 처음 동네 마켓에서 사 먹은 이후로 파는 곳을 발견 못해서(이후엔 동네에서도 안 팔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 본 건데 또 실패했다. ㅠㅠ 뭐야 법적으로 파는거 금지시킨 거냐고! 아마존에선 너무 대용량으로 판다고!
6. 빨래하고 난 뒤 신라면 먹고 잤다. 이것도 한국 갈 준비랄까.. 그런데 미국 신라면은 쫄깃하지 않고 너무 밀가루 맛이 많이 느껴진다. 라면 같지 않은 느낌.. 수출품은 뭔가 다를 줄 알았는데 이런 방면으로 다르다니 실망이야.
7. 부스스하게 일어나서.. 디즈니플러스에서 인크레더블 보려고 켰는데 자막이 계속 밀려서 그냥 유튜브 봤다. 라프텔은 미국에서 안되고 디즈니 플러스는 이런 식으로 하나씩 이상하고.. 애니러버는 어디에다 마음을 뉘여야 하는지..
8. 아 그리고 마켓 가는 길에 남자인 분이 치마를 입고 한껏 꾸몄는데 길거리의 누구도 곁눈질조차 안 하는게 진짜 미국 같다고 느꼈다. 개인주의.. 차별은 범죄.. 다양성 존중.. 뭐 그런 느낌.. 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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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닐 차를 타고 한국 가기 전 코로나 검사를 하러 갔다. 드라이브 쓰루 검사인데 택시는 안된대서 차있는 친구 섭외하느라 노루가 고생해 줬다. 또 요즘 미국에 재밌는 행사가 많은 기간이라 거절을 많이 당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는데 흔쾌히 허락해 준 닐에게 너무 고마웠다. 한국에 놀러 올 계획도 있다던데 만약 온다면 꼭 은혜 갚을게.
그런데 막상 가보니 대기하는 사람이나 의사가 한 명도 없고 차에서 내려서 스스로 검사한 뒤 약사에게 건네서.. 우버 타고 가서 친구인 척해도 될 것 같았다. 나는 월그린에서 PCR 말고 Naap이라는 검사를 받았는데 무료였다. 이걸로 대한항공과 유나이티드는 다 통과된다.
근처에 스타벅스가 있길래 다 같이 음료를 픽업하고 헤어진 뒤 우린 도서관으로 왔다. 아.. 한국 가면 또 혼자 살아야 한다는게 너무 숨을 옥죈다.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가는 날이 다가오니 속이 울렁거렸다. 저녁엔 대니얼과 저녁 먹고 짹 친구 메이크업 해주는 영상 찍고 다 같이 놀러 나가기로 했는데 이렇게 하루하루 즐거운 날은 당분간 없겠지?
그런데 여기 친구들은 내가 이런 발상을 하는 걸 엄청 흥미롭게 여기고 잘 도와준다. 회화가 뛰어나진 않아도 그냥 우리는 친구니까 하는 느낌? 고마워 얘들아! 다음엔 더 재밌는 걸 들고 올게. 사주라던가.. (나중에 알고 보니 한참 동생인 줄 알고 잘 도와준 거였다. 동안이라고 생각 안 해봤는데 여기선.. 아시아인은 정말 어려 보인다)
갑자기 밖에서 대규모의 인원이 샴페인을 터트리고 춤추고 노는데 적실 각오로 나오지 않아서 멀리서 구경만 했다. 이런 문화와 유대가 발달한 건 주변 물가가 상당해서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이 내용에 대해서도 정리해보고 싶다. 지금은 조금 귀찮네.
약속시간이 되어 다니엘과 만났는데 love you to meet you라고 했다. 이렇게나 다정한 인사라니. 밥 먹고 피아노도 쳐줘서 보헤미안 랩소디랑 겨울왕국 노래도 들었다. 집에 가는 길엔 비가 엄청 와서 다니엘 차까지 셋이 뛰어갔는데 아직도 그 장면이 머리에 각인되어 있다. 청춘영화.
집에 한참 있다 비가 그쳐서 짹과 노루랑 같이 카일라네 집에 가서 한국식 내츄럴 메이크업과 헤어를 해줬다. 원래는 주고받는 거였는데 시간이 없어서 카일라만 해 줬다. 이 방식이 외국인의 또렷한 이목구비에 어떻게 녹아드는지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티가 안 나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폭발적이라 감동스러웠다. ‘뭔가’ 예뻐졌다며. 그래 그런 메이크업이야.
그리고 잠깐 각자 집 가서 와인 먹고 쉬다가 다 같이 메조에 갔다. 일층이 바 이층이 클럽인데 짹은 이곳도 클럽이 아니라고 했다. 대체 클럽은 어디야. 이층에서 놀면 바닥이 울렁거려서 무서워 일층에 있었는데.. 술 시키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부르는 문화가 아니라 바텐더가 볼 때까지 기다려야 해서 그런데, 다들 바텐더만 뚫어지게 쳐다봐서 고개를 잘 드시지 않았다. 나 같아도 그럴 듯. 그냥 집에서 놀고 마시는게 더 재밌을 뻔했다. 그리고 집에서 노루와 표고와 한잔씩 더 하고 뻗었다. 내일 숙취 장난 아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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