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미국 마트에 대한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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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간 날
살아보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첫 번째는 문화차이 체험, 두 번째는 경험이다. 둘 다 같은 말. 그런 이유로 내 버킷리스트는 마트에 가는 거였다. 마트만큼 문화를 압축해서 볼 수 있는 곳이 없지.
일정이라곤 일 집 카페 도서관 정도밖에 없어서 노루가 색다른 스케줄을 제안해도 괜찮다고 거절했었는데 유일하게 먼저 가고 싶다 주장한게 마트였다.ㅋㅋ 먼저 갔었던 작은 슈퍼를 제외하고, 드디어 오늘 마트에 가는 날.
그럼 마트 체험기 시작!
일단 채소랑 고기 단위와.. 크기가.. 어마무시했다. 단위 안재고 ‘완전 큼’이라고 적어도 모두 수긍할 것 같달까? 진짜 신기해서 주먹 갖다 대고 열심히 사진도 찍었다.
내 주먹 작은 편이 아닌데 마치 5살 아가로 돌아간듯한 느낌에 신기해서 마구 찍어댔는데, 사진 정리하다 이게 무슨 쓸모가 있을까 싶어 지웠었다. 왜 그랬니.
그리고 식재료들이 이렇게 저렴한데 외식은 왜 그렇게 비싼가 보니 인건비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그렇구나! 사소한 사실 하나에도, 과자 패키지 하나에도 신나서 몇 시간은 돌아다닌 것 같다.
같이 간 노루가 지루해할까 봐 걱정했는데 혼자 잘 있으니 마음껏 구경하라고 배려해 줘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경했다..ㅎㅎ
뭔가 사긴 했는데 그렇다고 원하는 걸 사지도 못한 게 과대포장의 개념이 하나도 없고.. 단위가 진짜 너무 커서 살 엄두가 안 났다.. 닥터페퍼 하나 사야지~ 하고 집으면 여덟 개가 줄줄이 딸려 나오고 과자 하나 살까~ 하면 너무 묵직해가지고 좋았지만 못 샀다..ㅋㅠ
비싼 게 양 적으면 사겠는데(?) 저렴한데 양 많으니까 버릴까 봐(?) 이런 내 마음.. 뭘까?
고기도 많이 샀다. 한 개이긴 한데 양 많으니까 많이 산거 맞다. ㅎ..ㅋ..
돼지고기 부위가 한정적이라(삼겹살이나 항정살처럼 기름진 부위가 없었다) 소고기를 샀는데 안심 등심이 1킬로에 만원 정도.. 미국산이라 잠깐 멈칫했지만 여기서 먹으면 국내산이니까(?) 그냥 먹고 싶은 거 샀다!
야채도 우리가 아는 모습과는 다르게 거대하고 괴랄한 생김새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본질은 같은.. 그런 것들로 그냥 내가 아는 게 맞나 열심히 서칭 해가며 샀다.
마트 진짜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나.. 현모양처 기질이 있을지도? (그냥 실험과 도전이 좋다는 걸 포장하기)
콩나물국과 제육볶음? 아니 숙주국과 등심볶음
구경하고 장 보느라 체력 탈진ㅠ인 줄 알았지만 버섯(소금) 파스타의 오명을 지우려 노루와 표고를 다시 초대했다 ㅋ ㅋ 질리지도 않고 다시 돌아온 도전~ 이
번에도 자신 있진 않지만 네이버 레시피의 힘을 빌려 한식을 준비했다. 이유는 미국 음식 맛없어서. 콩나물 안 팔아서 숙주국으로… 돼지 앞다리 안 팔아서 소 등심으로 샀지만… 다 양념 맛 아니겠어? (아니다.)
그렇게 호기로웠던 나는 또 난리가 났다. 일단 숙주국은 재료를 넣고 끓이기만 하면 돼서 나름 성공이었고.. 등심은 얇게 저며야 하는 걸 빨리 먹고 싶어서 그냥 숭덩숭덩 썰었더니 큐브스테이크 제육맛이 돼버렸다.ㅎㅎ 어이구^^^
보기는 좀 웃겼지만 또 맛있다고 삭삭 다 먹어준 우리 친구들 고마워.. 근데.. 나 완벽한 성공에 굶주렸는데.. 또 해도 되지? ㅎㅎ..ㅋㅋㅋ
▶ 만화로도 보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