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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작은 경험 짙은 감상29살, 미국 한달살이 2023. 4. 5. 16:37
3/21 ~ 3/27
3/21
내가 견딘 고통이 나를 만들고.. 사람의 본질로만 따진다면 학력 같은 것들은 무용지물일까 싶기도 했지만 그것이야말로 진정 노력의 산물이고.. 그러나 사람의 가치는 그것으로만 따질 수는 없지만 가장 판단되기 쉬운 것.. 내 좌우명인 be your self는 가장 단순한 말이자 가장 어려운 가치..라고 써놨던 이 날의 기록. 작업자를 구할 일이 있었는데 꽤나 난항이었나 보다. 도서관, 운동, 뭐 먹었는지도 안 써놨네.. 괜찮아 미래의 너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는단다?
3/22
낮엔 도서관 갔다가 카레 파스타해 먹고
저녁엔 스테이크, 야채구이 해 먹으면서 바퀴입보다 헬스장 갔다!
3/23
계란물에 마늘분말 카레분말 넣고 베이글로 프렌치토스트를 했더니 식사가 되었다.
딸기, 청포도 그리고 샐러드까지 더하니 이건 브런치가 아니라 진짜 식사야!ㅋㅋ
이 날도 마찬가지로 도서관 갔다가 운동. 헬스장 지루해.
3/24
짹과 노루와 목요일마다 파티가 열리는 펍을 가기로 했다. 모든 놀이는 짹이 주도하는데 도서관/밥/운동 인생인 우리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불러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홈파티 말고 진짜 파티는 어떨까 두근두근 하며 갔는데 그냥 클럽이었다. 그런데 짹이 이건 클럽이 아니고 파티라고 했다. 클럽은.. 어떤 건데 그럼…
조금 독특한 건 밴드가 공연을 하고 난 뒤에 디제이가 음악을 틀어준다는 거? 그 디제이가 할아버지 라는거..? 체크무늬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올 때면 볼륨을 슬쩍 높이는게 왜 이리 멋있으시던지. 하고 싶은 일엔 정말 나이가 상관없구나.
그러다 슬슬 덥고 지쳐서 집에 가자는 얘기를 하는데 짹이 잠시만! 하더니 웃통을 벗고 스테이지 맨 앞에서 1분 정도 최선을 다해 춤추고 후련한 얼굴로 돌아와 이제 가자고 했다. 하루 마무리가 완벽하다. 이 엉뚱하고 재밌는 친구 덕분에.
3/25
오늘따라 날씨가 더 좋다! 기다리던 월마트에 가는 날이라 그런가 했지만.. 그냥 근처 호수에 피크닉이나 갈 걸 그랬다. 택시까지 타고 간 월마트는 기대 이하였다. 스타벅스 에너지 드링크처럼 신기한 물건을 조금 더 파는 것 말곤 글쎄..
대충 장을 보고 돌아와 노루와 표고와 밥을 해 먹기로 했다. 원래 내가 해준다고 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손을 좀 빌렸다. 참치마요 주먹밥은 노루가 밥에 물을 많이 넣고 해 참치죽밥이 됐고 비빔면은 내가 물을 덜 따라내서 맹탕이 돼버렸다. 표고는 허망한 표정을 지었지만 노루와 함께 맛있다며 잘 먹어줘서 고마웠다. 감자채 스팸전이 가장 맛있었지만 다들 희한한 걸로 배를 채워 정작 맛있는 건 많이 먹지 못해 아쉬웠다. 그리고 운동을 갔는데.. 참치 죽밥 소화 잘되는걸..? 다음에 또 해야겠어…
3/26
완전 휴식이 필요했던 날. 하루종일 자고 웹툰을 봤다. 행복해.
3/27
노루의 친구 커플인 대니와 니콜을 만나기로 한 날. 근처 카페에서 크레페를 먹고 즐겁게 수다도 떨었다.. 기보단 노루가 실시간 통역해 주느라 바빴다. (그래도 친구들 소개해주고 먼저 나서줘서 늘 고마워) 노루의 친구들은 전부 다정한 사람밖에 없는 건지, 긴장한 나를 위해 다들 기다려주고 이 정도면 훌륭하다고 북돋아줘서 예전보단 수월하게 말할 수 있었다. 노루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땐 이것보다 못했다며 귀여운 앞담화도 하면서.
그러다 나이를 물어봐서 말해줬는데, 조용해지길래 아차 싶어서 만 나이를 얘기해 줬다. 그래도 침묵이 깨지지 않아 왤까 했는데 생각보다 나이가 있어 말실수를 했을까 봐 되돌아봤다고 했다. 못해도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고 했던 부분인 걸까? 상관없는데 이 어린 친구들아~ 그나저나 동양인은 진짜 어려 보이는구나. 조금 뒤엔 다시 화기애애해져서 다행이었다. 이제 나이 말 안 해야지.
대니와 니콜과 헤어진 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밥은 밖에서 먹고 들어가기로 했다. 바베큐소스를 바른 치킨을 먹고 도서관에서 그림일기를 그리는 둥 알차게 하루를 보낸 뒤 집에 돌아가려는데..
짹이 오스카 시상식을 같이 보자 해서 또 놀러 갔다. 체력이 떨어져도 문화체험 못 참지. 모르는 사람들과 북적북적 둘러앉아 채점표를 받아 들고 누가 수상을 하는지 어떤 영화가 수상하는지 맞추는 거였는데, 도중에 윤여정 배우님이 나와 가슴이 쿵쿵 뛰었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로 세계에 자신을 알리는 건 어떤 기분인 걸까? 가슴이 몽글해졌다.
이것도 파티 기는 해서 머핀과 간단한 술 등이 있었는데 어떤 외국인친구가 자기가 감기 걸리거나 몸이 허할 때 마시는 거라며 뭔가 제조해 줬다. 익숙한 이 맛. 이건 생강차다. 다들 크아악 하며 마시는데 노루와 나, 외국인 친구만 멀쩡해 푸흐흐 웃음이 나왔다.
▶ 만화로도 보러 오세요
https://www.instagram.com/nonoy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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