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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돌아가려니 날씨가 너무 좋아29살, 미국 한달살이 2023. 4. 12. 19:09
4/10 - 4/12
4/10
거의 못 잤지만 마트 가는 날이라 힘겹게 일어났는데 버스가 한 시간 가까이 오지 않았다. 원래 20분 간격으로 오는데 주변에 다른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 두 시간 넘게 기다렸다고 해서 그냥 포기하고 근처 전시를 보러 갔다.
그런데… 마스크를 껴야 입장이 가능하다는 것? (이때 미국은 거의 어디든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되어 있었다) 되는게 없는 날이구나.. 산책이나 하려고 뒤돌아서는데 바로 뒤에 계셨던 할머니들이 왜 안 들어가냐 해서 마스크가 없어 못 들어간다 하니 새 마스크를 나눔 해주셨다. 되는게 있는 날이구나! 그래서 다급하게 가방 안을 뒤져 블랙티를 나눔 해드렸는데 최고의 교환이라고 좋아해 주셨다. 저도요 할머니, 덕분에 마음이 너무 따듯했어요.
전시를 둘러본 뒤 동네 마켓에서 장을 보고.. 집에서 치리어스 시리얼을 잔뜩 말아먹었다. 죠리퐁맛이 나는 시리얼인데 이상하게 계속 생각나는 맛이다. 그리고 조금 쉬다 짹네 집으로 가서 봉지 해물찜을 배달시켜 먹었는데 먹는 내내 러셀과 친구들이 피아노 치고 드럼 치고 노래 불러서 이게 미국의 자유도인가 느꼈다..
그리고 집에서 경매를 연다길래 어제 사진 올렸던 포스터도 나눔 했다. 누군가 이 포스터를 보고 기뻐한다면 주라고 했더니 얼마 전 실연당한 러.. 아니다 셀.. 아니다.. 여튼 친구가 포스터 갖고 싶은데 행복을 파산해서 없다고 했다. 그래.. 그럼 너는 못 가져(장난)
그리고 아이패드로 애들 얼굴에 그림도 그려주고(별로 안 친한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냥 해보고 싶었던 활동이라 제안해 봤다. 이상하게 여기선 용기가 넘친다. 짹과 노루 덕분인 듯) 생크림을 팔에 짠 뒤 생크림이 있는 쪽 팔을 쳐서 입에 넣는 놀이도 했다. 생크림 놀이는 미국인들이 즐겨하는 놀이 같았는데 너무 못해서 그냥 문화 체험한 걸로 만족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다시 동네 마켓에서 장을 봤다. 이번엔 한국에 가져갈 조미료들! 카이옌페퍼와 그냥 신기해 보이는 조미료들을 잔뜩 샀다. 그리고 집에서 감바스에 와인 먹고 뻗어버렸다. 생리통이 있긴 했지만 이젠 하루하루가 너무 아쉬워서 이쯤부턴 좀 내려놓고 많이 놀았다.
4/11
1. 쏘야에 계란찜, 김치, 밥 해서 후다닥 먹고 커피도 내려먹었다.
2. 얼마 전에 직구.. 아니지 공홈에서 산 칼하트 모자가 배송 왔다. 미국에서 칼하트는 일할 때 입는 옷이란 이미지가 강해서 환경미화원도, 공사장 인부도 칼하트를 입고 있다. 그래도 예뻐서 안 살 수 없었다. 한국에선 이 가격에 못 사거든.
3. 조금 일찍 나가서 새 모자 쓰고 잔디밭에서 뒹굴다 도서관에 왔다. 오늘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뭘 해도 왜 이렇게 신나는지 모르겠다. 그냥 생리 끝나서 컨디션이 좋은 건가? 도서관이 안 추워서 그런가? 프로게이머들은 손이 안 굳게 하기 위해 대회장이 덥다는데 나도 이런게 필요했나?
4. 집에 올 때도 이리저리 돌아서 왔다. 그냥 날씨가 너무 좋아서 기분이 좋은 거구나.
5. 노른자 까르보나라를 해 먹었다. 남은 계란 흰자는 어디에 쓰지?
4/12
1. 어제 남은 계란 흰자에 채수 섞어서 계란찜했더니 진짜 맛있었다. 그리고 소고기에 쌈장, 김치, 밥 해서 든든하게 챙겨 먹고 나왔다.
2. 비 와서 조금 시무룩했는데 나갈 때 되니까 날씨가 너무 좋았다. 후다닥 커피 내려서 도서관에 왔는데 자꾸만 콧노래가 나왔다.
3. 동네 마켓에서 팝콘을 사 왔다. 여기 와서 팝콘 사기만 하고 먹은 기억이 없어 의아해했더니 전자레인지용 팝콘이라 납작해서 잘 안 보였던 것.. 티비 밑에 두 개나 숨어있었다. 너무 확인도 안 하고 샀나 싶어 멋쩍을 뻔했는데 노루가 내가 미국 와서 팝콘 먹고 싶어 한 횟수라고 귀엽게 포장해 줘서 한바탕 웃을 수 있었다.
4. 한국에 돌아갈 짐을 싸는데 노루가 실감이 안 난다고, 한국 여행 가는 것 같다고 했다. 나도 그래.
5. 감바스 파스타에 버터스테이크, 아스파라거스 구이해서 치킨리틀 보면서 먹었다. 후식은 당연히 팝콘!
6. 그리고 잠 안 와서 세네시에 잤다고 한다..
▶ 만화로도 보러 오세요
https://www.instagram.com/nonoyru/
▶ 영상도 있어요
https://www.youtube.com/@noyr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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